내가 더 이상 배민커넥트를 하지 않는 이유

내가 더 이상 배민커넥트를 하지 않는 이유

2020년 8월부터 시작해서 한 번 쉬다가 다시 시작한 배민커넥트를 4월이 되면서부터 현재까지 하지 않고 있다.

사실 4월에 하지 않은 이유는 와이프 사무실 이전 때문에 셀프 인테리어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그리고 피곤해서였는데 셀프 인테리어가 끝나가고 다시 여유가 생겨서 배민커넥트를 하려는 시점에 이런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배민커넥트는 커넥터의 오배송이 아니면 커넥터가 배상할 일은 없었다.

예를 들어 1번배달을 2번 집에 가져다 준다던가 하는 오배송을 하는 경우에는 커넥터가 음식값을 물어내야 했다. (2번 저질러봄…)

참고삼아 얘기해보자면 한 번은 빙수랑 쭈꾸미 볶음을 반대로 가져다줘서 음식값 다 물어줬고, 한 번은 샌드위치를 오피스텔 옆동으로 가져다줘서 음식값 물어줬다. 다 내가 마음이 급해서 벌어진 일.

그런데 이제 음식의 상태에 따라서도 배상을 먹인다고 한다. 기존에는 보온가방의 사용이 권장사항 수준이었는데 이젠 거의 강제사항이다.

물론 배달을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조치라는 건 동의한다.

다만 커넥터들에게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보온가방은 쓰라고 하고, 그리고 음식 상태에 따라서 배상까지 책임을 묻겠다?

보온가방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커다란 네모 박스에 아무 것도 없다. 음식을 고정해주는 장치도 뭐도 아무 것도 없다.

들고 가는 거보다 더 흔들린다. 그래서 나도 겨울에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식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잡아줄 수 있는 크기의 가방을 이용했다. 이 가방에 안들어가는 음식은 최대한 받지 않았고.

가방의 강제화는 나같이 회사 사람에게 부업한다고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는 커다란 장벽이다. 누가 회사에 배민커넥트 가방을 들고 다니나. 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이용해서 배민커넥트를 하고 있는데 가방이 강제화되면 점심시간에는 그냥 배달을 포기해야 된다. 다른 가방을 들고 다니더라도 점심시간에 가방메고 나가는 직원. 이상하지 않나? 어디가지? 퇴근인가? 반차인가? 당연히 이런 눈치 보이는데 배달 못하지. 퇴근시간 이후에나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도보로 퇴근시간에만 해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배민가방을 사용하면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음식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면 받을 수 있는 음식에 제한이 생긴다. 게다가 내 가방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락하고 갔는데 포장이 겁나 커…그러면 결국 들고가야되는 건 매한가지다. 실제로 족발이라길래 수락하고 갔는데 일반적인 봉지에 포장되어 있는게 아니라 네네치킨같은 치킨박스에 족발이 포장되어 있었다. 이건 배민가방이었어도 안들어갈 수준… 뭐 이런 상황인데 음식 상태에 따라서 배상을 묻겠다? 어디 불안해서 배달하겠나.

배상이 배달비만 물어주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위에 빙수만 해도 두 개여서 거의 3만원 돈이었다. 쭈꾸미는 2만 5천원이었던가. 둘이 합쳐서 5만원이 넘는데 그날 3시간 정도 일하고 벌은 돈이 6만원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단가는 더 떨어져서 도보 배달 한 건해야 4-5천원 벌까 말까인데 음식값 물어주면 그날 벌은 거 공치는건 둘째치고 마이너스 난다.

니가 음식 제대로 배달하면 되지? 당연한 얘기지만 트집 잡으려면 오만가지 트집 다 잡을 수 있다. 난 바로 배달 간건데 늦었다고 음식 뿔었다고 어떡할 거냐고 난리친 집도 있었고, 아이스크림 시켜놓고 늦었다고 다 녹은 거 아니냐고 그 자리에서 까보던 사람도 있었고. 이때는 자동차로 배달했을 때인데 차가 막히는 걸 난들 어쩌나…고객 입장에서 음식 상태 안 좋으면 컴플레인 걸 수 있다. 그걸 뭐라고 하는게 아니다. 그러면 커넥터는 항상 손해를 각오하고 배달해야 되나? 이거 고객이 클레임 걸면 어쩌지 하며? 당연히 배달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 급해질 거고, 모르긴 몰라도 배민 배달하는 사람들의 신호위반은 더 늘어날껄? 배민은 항상 커넥터님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안전운전을 강조하지만 시스템은 안전운전 개나줘하는 식이다. 예전에도 도저히 갈 수 없는 수준의 배달시간을 배정해놓고서 시간 지나면 1분 지남, 2분 지남이라며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 이때도 그랬다. 배달시간은 그냥 안내용도지 불이익을 주거나 하려는 용도가 아니라고. 그래도 민원 접수가 많았는지 색깔도 오렌지색으로 바뀌고 문구가 좀 부드럽게 바뀌긴 했는데. 이젠 아예 배상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그냥 배민가방사기 싫어서 징징징거리는 거라고 본다면 그냥 그렇게 읽으셔도 상관없다. 뭐 사기 싫은 것도 사실이니까. 다만 가방으로 배달한다고 만사형통이 아닌데 배상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동차 배달을 하면 시간제 보험 가입이 필수이다. 시간제 보험에 가입을 안하면 차량배달은 애초에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운행할때마다 운행시간에 맞춰서 시간제 보험비가 청구된다. 기본 1,000원인가?에서 10분당 몇 백원씩 붙는 식이다. 그래서 1주일을 꼬박 차량배달하면 보험비만 2-3만원 정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작년에 사고났던 거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알아보니 이게 좀…믿을 수가 없다. 난 몰랐는데 시간제보험은 둘째치고 내 자동차보험에 유상운송 특약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특약을 들려면 당연히 보험료는 올라간다. 난 시간제 보험이 그런 역할을 하는 줄 알았다. 실제 유상운송 특약이 없는 보험증서 냈을 때 아무 문제 없기도 하고, 그에 대한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다보니 배민에서는 해당 내용은 시간제보험을 담당하고 있는 동부화재에 문의하라고 번호를 알려준다. 근데 막상 그 번호에 전화하면 시간제 보험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게 있어요? 식이다. 그래서 다시 배민에 문의하면 다른 번호를 알려주는데 그 사람도 모른다. 됐고. 유상운송 보험이 없으시네요?를 먼저 물어보더라. 시간제 보험이 그런 거 아니냐? 했더니 그건 배민에 물어보시고. 유상운송 드셔야지 된다고. 다시 알아보시라고만 하더라. 결국 난 시간제 보험이라고 돈은 냈는데 이게 진짜 보험사로 가는 건지도 의심이 들고. 막상 사고났을 때 정말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긴 한 건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자동차배달도 더 이상하지 않기로 했다. 가뜩이나 지난 번에 배달하다 긁어먹은거 땜에 수리비 엄청 깨져서 불안한데 보험도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고.

암튼 이래저래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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