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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제대로 짚어보기
코로나-19, 제대로 짚어보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태가 2주 연장되었다. 사적 모임은 18시 이전에는 4인까지, 18시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되며 업장 대부분은 22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업종이 유흥업소로 분류된 가게들은 영업을 하지 못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사적모임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매우 강력한 조치이다. 이는 코로나-19 검사 양성자들이 나오는 현 상황을 국가 재난 사태라 정했기 때문이다. 뉴스는 매일마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몇 명 늘어났는지 소개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뉴스들과 강력한 조치에 비해 그 근거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한국은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2020년 1월 3일부터 시작했다. 지금이 2021년 7월이니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관련 데이터도 충분한 수준으로 확보가 되었다. 무조건적인 패닉에서 벗어나 한 번 따져볼 때가 되었다.
1. 1,838명
7월 22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838명이 추가되면서 첫 집계 이후(2020년 1월 3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1,838명. 뉴스는 온통 '사상 최고치'라는 단어로 도배가 되었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도 1,838명이라는 숫자에 놀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1,838명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1,838명이라는 숫자는 정말 엄청난 숫자일까?
전염병을 포함한 질병 관련 통계를 낼 때에는 보통 인구 10만당 환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당연하다. 각 국가마다 인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구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확진자 수만 언급하는 뉴스는 의미가 없다. 게다가 지금처럼 1,838명이 엄청나게 큰 숫자이고 '4차 대유행'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쓰려면 그에 대한 근거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뉴스에서는 그 근거에 대한 얘기는 없다. 그리고 대중들은 뉴스가 던지는 뉘앙스를 별 비판없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1,838명이라는 숫자는 엄청난 숫자가 되어버렸다.
현재 한국 인구는 5,200만명 수준이다. 이를 10만으로 나누면 520이다. 즉, 하루에 확진자가 520명이 나오면 인구 10만명 당 1명 꼴이다. 그럼 1,838명을 520으로 나눠보자. 인구 10만명 당 3.5명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100,000명 당 3.5명이다. 그리고 이 수준이 한국에서는 사상 최고치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에서는 2020년 1월 3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루 추가 확진자가 10만 명에 3.5명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이 수준이 '대유행'이라고 불릴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전문가도 공중파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염병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적인 지식과는 상관 없는 의견만 되풀이되어 들려온다.
2. 치명성
인구 10만명당 하루 추가 환자 3.5명이 높은 수치인지 낮은 수치인지를 결정하려면 해당 질병이 얼만큼 치명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행히 이를 따져볼만한 자료들은 상당히 확보되었다.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질병관리청 누리집에 올라오는 상세통계를 살펴보자. 이곳에는 코로나-19의 치명성과 관련된 통계가 잘 정리되어 올라온다. 그 중 사망률과 관계된 통계를 보자.
출처: http://ncov.mohw.go.kr/bdBoardList_Real.do?brdId=1&brdGubun;=11&ncvContSeq;=&contSeq;=&board;_id=&gubun;=
남녀를 합친 사망률은 1.1% 수준이다. 이정도면 전염력이 강한 전염병 치고는 높은 사망률이다. 그렇다면 이 질병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가장 주요한 정보가 연령별 현황이다. 연령별 현황을 보면 60세 이상과 60대 미만으로 특징이 확연하게 갈린다. 사망 기준으로 보면 코로나-19는 60세 미만에게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에는 60세 이상을 중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물론 사망자 외에도 무증상자 / 증상자 비율도 중요하다. 그리고 증상자 중에서도 어느정도가 중증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와 관련된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확진자와 사망자에 관련된 자료만 공개되었는데 이는 너무도 투박한 분류이다. 이 역시도 기자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할 만한 주제인데 이에 관한 관련 기사는 찾지 못했다. 그나마 언급하는 기사라고는 '무증상자 비율이 늘어난다' 정도로 완화된 표현을 쓴 기사 뿐이었다.
의외로 상세통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간편하게 보도록 해놓았지만 뉴스에서는 상세통계를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보통 '고령층이 취약층이다'라고만 얘기하기에 일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고령층이 특히 위험하구나' 정도로 느낀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보면 코로나-19는 60세 이상에게만 위험한 질병이다.
3. 변이 바이러스
변이 바이러스도 관심사이다. 현재 퍼지는 변이 바이러스는 델타(delta)변이이다. 람다(lambda) 변이 소식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특별한 치명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람다 변이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람다 변이 바이러스가 페루에서 대유행을 하고 많은 사망자를 내었기에 한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전염병 통계를 비교할 때에는 공중 위생 수준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DNA형이든 RNA형이든 결국 유전자 덩어리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음성/양성 상태보다는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되었는지도 중요하다. 사회적 위생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에서는 보통 양적으로도 많은 양에 감염이 되기에 그러한 나라의 통계는 어느 정도 보건/위생 수준을 갖춘 국가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코로나-19의 경우 아직까지는 특별히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변이라고 하여도 결국은 기본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그렇기에 기존 백신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상당한 효력을 보인다. 변이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힘들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로 봐서는 우려할만한 변이가 갑작스럽게 나타날 확률은 크지 않아보인다. 인도나 페루의 경우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공중위생과 연관된 결과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4. 목표는 확진자 0명 수준?
한국은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인정해야 한다. 한 번 퍼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해져갈 뿐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하고 치명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야지 지금처럼 1일 추가 확진자 수만 보고 확진자가 줄어들면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많아지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기를 반복하는 이런 방식은 너무도 시대에 맞지 않은 방식이다. 확진자 수만 보지 말고,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어떤 질병이 되어가는지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5. '무증상' 코로나-19 확진이라는 모순
용어 정리를 한 번 하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바이러스 이름으로 안다. 아니다.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다. 영문 표기인 COVID-19도 Corona Virus Disease 2019를 축약한 표기이다. 즉, 코로나-19는 질병 이름이다. 질병이란 이상신호나 증세가 나타나야 그 말이 성립된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집계되는 확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를 보균한 사람들이다. 단어 뜻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그 보균 확인자들 중 유증상자들만이 코로나-19 확진자이다.
6. 사실상 이미 드러난 현황
사람들이 간과하는 통계자료를 하나 더 살펴보자. 2021년 7월 25일 현재 누적 검사수가 11,433,347건이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번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천 백만 건이 넘으니 이는 상당한 양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이미 검사를 받았다고 봐야 하고, 중복을 고려해보면 대략 7-8명 중 한 명은 검사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 천 백만 건이 넘는 검사 수로 인한 확진율이 1.7%이다. 코로나-19 검사는 확진자일 확률이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받느니만큼 1.7%를 전 국민에 대입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유추는 가능하다. 게다가 최초 집계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동선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온 국민이 검사 대상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나오는 확진자 대부분은 사실상 그 사람을 검사 대상자로 만든 장소에서 감염이 되었다기보다는 그 전에도 이미 감염이 된 상태였다가 검사를 받아서 확진자가 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중교통 사용량이 높은 수도권 및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동선은 다 겹친다고 봐야한다. 공식적으로는 대중교통수단이 확진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는 없지만, 진짜로 대중교통에서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저 1.7% 전부는 아니더라도 1% 정도는 인구 전체에 적용해도 된다고 본다. 즉, 이미 확진자가 인구 5,100만의 1%, 51만명 수준이라고 추정이 가능하다. 약하게 감염 되었다가 무증상으로 회복된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추측을 해보자. 1년 반이라는 긴 시간까지 염두에 둔다면 개인적으로는 SARS-CoV-2 바이러스를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경험한 인구는 전체의 10%에 육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 수 위주로 방역활동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의료진 업무만 과다해질 뿐이며 피로만 쌓일 뿐이다.
7. 결국은 백신
결국 답은 백신이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거의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면 사실상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미 여러 수치들이 백신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지금 나오는 확진자들도 거의 모두가 백신 미접종자라고 한다. 백신으로 인해 60세 이상 확진자 수도 크게 줄었다. 객관적 사실들을 토대로 보면 코로나-19는 이미 그 힘을 많이 잃었으며 계속 잃어가는 중이다.
8.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
냉정하게 따져보자. 세계 여러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겪는 상황에 비해서 과도한 대응을 하는 중이다. 게다가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이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같은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결국 여론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오니 정치인들은 수동적으로 그에 따를 뿐이다. 그들은 이 상황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여론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가는 표심을 잃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국민 10명 중 7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찬성할까. 국민 대부분이 객관적인 세부 통계를 모르는 상황에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거리두기 강화에 찬성한다. 또한 사회적 무관심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25%정도라고 한다. 즉, 자영업자들을 뺀 나머지 국민들 거의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찬성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보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고 이 막연한 두려움은 언론이 만들지 않았나 싶다. 어느 사회든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파헤치지는 않는다.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정보와 이미지를 얻는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의 정보 습득 및 해석 수준은 그 사회 내 언론 수준이 좌우한다. 언론이 광고와도 같은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문구만 내보내는 사회와 세부적인 통계 및 관찰 결과, 그리고 전문적인 전문가 의견을 소개해주는 사회는 개인 인식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한국은 대학 졸업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이다. 그정도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언론 수준이 열악하더라도 코로나-19나 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제한 조치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전염병에 대한 방역조치는 해야 한다. 다만 그 정도가 중요하다. 사회 구성원에게 이정도로 막심한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 정도로 심한 조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본인이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이는 더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한국이 제대로 된 사회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큰 피해만 보고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 언젠가는 보상을 해야 한다. 그 보상은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결국은 세금 형태로 '내 돈'이 나간다. '내 돈'이 나간다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이렇게 거의 묻지마 식으로 거리두기에 찬성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결국 사회적 합의 문제이다. 거리두기 강화로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며 착각이다. 언론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국가들에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SARS-CoV-2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중이다. 그런 국가들은 이제 단순히 양성/음성이 아니라 무증상자와 입원률과 사망률 추이를 나눠서 보기 시작했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잉글랜드가 확진자가 크게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한 조치를 풀기로 결정한 이유도 통계적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스포츠 경기장에 관중들이 가득 들기 시작했다. 이 시도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국가들은 적어도 사실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판단을 해 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판단을 위해 피료한 자료는 확보한 상태이다. 이제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생각을 해 볼 차례이다. 코로나-19가 정말로 지금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할 정도로 현재 위협적인지 따져보고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상황 판단을 할 자료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고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상황 판단을 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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