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9] 다이나믹했던 2020년

[Episode 39] 다이나믹했던 2020년

2020년이 약 13일 정도 남았다.

너무 계획하는 대로 살지 말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는데 3월부터 정말 무계획으로 살아왔다. 6개월 동안 2번의 격리 생활을 했고, 3개 국가를 돌아다녔다. 2020년에 말이다. 길이 막히면 조금 쉬어가고 싶어서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고, 엄마아빠도 쉴 거면 푹 쉬라고 해서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는 푹 쉬면 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2020년 정말 흘러가는 대로 살아봤다. 타인이 나로 인해 조금 피곤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함도 있었지만, 나조차도 내가 백퍼센트 의도했던 데로 흘러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 자신이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때가 꽤 많은데, 2020년이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13일이 남은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운이 잘 따르는 놈이라고 한다.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운이 따라주는 건 그저 타이밍이 맞아서라고 생각했고, 그다지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번 연도는 내가 봐도 타이밍이 딱 들어맞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2020년의 나의 타임라인은 수많은 변수로 채워졌고, 13일만을 남겨 두고 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허무할 때가 정말 많았다. 무기력했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도대체 어떤 무엇을 얻고자 내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지 정말 몰랐고,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해에 깨달은 점이 있다면 다음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작은 설렘, 사소한 것에서 찾아야 하는 작은 행복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기력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나날도 우주를 기준점으로 하면 정말 티끌조차도 안 되는 존재인데, 이 하루하루가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져 있으니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

파도치는 바다를 멍하니 보면서 세상 모든 만물의 시간은 절대 영원할 수 없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그저 허물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생각하고, 사고를 할 수 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진짜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내면에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너무 뻔한 말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살아간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팅을 해준 친한 누나가 결혼을 하고, 며칠 전에 아기를 낳았다. 누나의 친동생이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지라 나도 삼촌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 아기는 나와는 또 다른 변수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모두의 시간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마무리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변수이고, 여기서부터 설렘이 시작되지 않나 싶다. 이 아이는 살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이제부터 할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처음으로 먹는 음식, 처음으로 보는 풍경, 처음으로 마주한 엄마와 아빠. 이 아이의 삶을 잠깐 상상해보다가 하루하루가 똑같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을 받은 내가 부끄러워질 뿐이다.

두서없이 썼지만 2020년을 이렇게 보내주고자 한다. 훗날 이 글을 보면서 지금 느꼈던 이 감정들을 다시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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