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 덴스토리

이 책은 넷플릭스의 창업과 성공 과정에 관한 기록물이 아니라 회고록이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저자는 어떻게 넷플릭스라는 사업을 구상했고, 어떻게 회사를 시작하고 키워나갔으며, 실패하

고 낙담했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사업 구상이 얼마나 놀랍게 발전할 수 있

는지, 그리고 단순한 꿈이 발상으로 다시 현실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 저자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초대 CEO, 웹사이트 제작 책임자, 이사회 이사로 활동했다. 현재 전 세계 1억

6000만 명이 구독하고, 시가총액 1600억 달러를 웃도는 거대 미디어 기업 넷플릭스의 시작은 1997년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크 랜돌프와 현재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매일 아침 같이 출근

하면서 사업 구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랜돌프가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면, 헤이스팅스가 주저

없이 평가하는 식이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만한 사업을 해본 적이 없던 랜돌

프는 그저 자기 회사를 시작하고 싶었고,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파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을 품고 있었다. 함께 출근한 지 몇 주째, 랜돌프는 맞춤형 샴푸를 우편 주문받아서 판매하는 생각을

해낸다. 물론 헤이스팅스의 반응은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마”였다. 며칠 후 샴푸는 비디오테이프

로, 다시 그 당시 막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DVD로 발전해나간다. 그러나 그가 처음 사업 구상을 밝

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를 했다. 아내마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마크 랜돌

프의 사업 구상 15개월 후인 1998년 4월, 넷플릭스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DVD 대여 및 판매 서비스

를 시작하고, 2002년 5월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물론 중간중간 우여곡절이 있었다. 출시 두 달 만에 (아직은 책만 파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낮

은 금액으로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고(랜돌프는 이 만남을 계기로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DVD 판매를

포기하고 대여에 집중했고, 넷플릭스는 ‘연체료 없는 월간 이용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다), 닷컴 열풍

이 붕괴하기 시작한 2001년엔 직원의 40%를 해고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기술 제휴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 그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크 랜돌

프는 좌절도, 포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짜릿함,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을 느꼈

을 뿐이었다. 2003년 회사를 떠난 후 그는 예닐곱 군데 스타트업을 설립하거나 공동 설립해 성공시켰

고, 전 세계 젊은 사업가 수백 명의 멘토 역할을 하며 수많은 기술 벤처에 성공적으로 투자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던 넷플릭스 창업 초기 때도 매주 화요일엔 오후 5시에 정확히 퇴근해 아내와 저녁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제 매일 오후 5시면 집으로 돌아간다.

▣ 역자 이선주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사 기자, 조선뉴스프레스

발행 월간지『톱클래스』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역사ㆍ교육 분야 책을 번역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퍼스트맨』,『매일매일 모네처럼』,『너만의 엘리먼트를 찾아라』,『만화로

읽는 중국사』,『혼자 보는 미술관』이 있다.

▣ Short Summary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다. 헤이스팅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만

드는 회사 퓨어 아트리아를 운영했는데, 랜돌프가 일하던 스타트업 인테그리티 QA를 매입한 후 그를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두 사람은 번갈아 운전하면서 함께 출퇴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같이 출퇴근하면서 사업 구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랜돌프가 맞춤형 운동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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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맞춤형 서핑보드 등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면, 헤이스팅스가 주저 없이 평가하는 식이었다.

함께 출근한 지 몇 주째, 어느 날 랜돌프는 맞춤형 샴푸를 우편 주문받아서 판매하는 생각을 해냈다.

물론 헤이스팅스의 반응은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마”였다. 며칠 후 샴푸는 비디오테이프로, 다시

그 당시 막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DVD로 발전해나갔다. 그러나 그가 처음 사업 구상을 밝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를 했다. 그의 아내마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

릭스는 현재 글로벌 구독자 수가 1억 67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책은 넷플릭스의 창업과 성공 과정에 관한 기록물이 아니라 회고록이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저자는 어떻게 넷플릭스라는 사업을 구상했고, 어떻게 회사를 시작하고 키워나갔으며, 실패하

고 낙담했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사업 구상이 얼마나 놀랍게 발전할 수 있

는지, 그리고 단순한 꿈이 발상으로 다시 현실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아울러 창업가는

문제를 어려움으로 인식하지 않고 해결해야 할 도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차례

추천사

저자의 메모

PART 1. 계시의 순간은 없다

PART 2.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PART 3. DVD를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PART 4. 팀을 꾸리다

PART 5. 이 사업에 투자해줄래요?

PART 6. 20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하다

PART 7.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정하기까지

PART 8. 드디어 세상에 나오다

PART 9. 넷플릭스 출시 후 어느 하루

PART 10. 평온한 나날

PART 11. 잘못 보낸 음란 DVD

PART 12. “너 혼자서는 어려워”

PART 13.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다

PART 14. 아무도 모른다

PART 15. 고객이 늘수록 돈이 빠져나가는 역설

PART 16. 닷컴 열풍의 붕괴

PART 17.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PART 18. 기업 공개

EPILOGUE ­ 랜돌프 집안의 성공 규칙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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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계시의 순간은 없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만드는 회사 퓨어 아트리아를 운영했는데, 얼마 전 내가

일하던 스타트업 인테그리티 QA를 매입한 후 나를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번갈아 운전하면서 함께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6개월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회사를 매각하기

로 결정 했다. 그렇게 될 경우 그와 나, 내가 함께 일하자면서 데려온 두 사람까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회사를 세울 계획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출근길에 차 안에서 리드에게 사업 구상을 제시하면, 그는 주저 없이 내 사업 구상을 평가

했다. 나는 리드를 우리 회사의 고문이나 투자자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안

하는 사업 구상은 맞춤형 운동기구, 맞춤형 서핑보드, 맞춤형 개밥 등 대부분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몇 시간씩 고심해서 생각해낸 것들이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연구하고, 수백 시간 토론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진전시키다 보니 결국 넷플릭스가 되었다. 리드와 함

께 출퇴근한 때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그 당시 나는 우리가 뭔가를 발견한 다음 폭넓게 발전시키면

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법도 아니고 원칙도 아니지만, 그게 오래된 진리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리드가 4개월 정도 매각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우리는 매일 출근해야 했지만,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리드는 매각을 마무리하느라 바빴고, 이미 학교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

고 싶었지만, 기술 CEO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점점 포기하게 되었다. 리드는 “진짜 세상을 바

꾸고 싶다면 몇 백만 달러로는 어려워, 수십억 달러는 있어야 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교육을 통

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스탠퍼드에서 공부할 생각이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여 정말 좋은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이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었을 때 함께 정착할 곳을 마련하고 싶었다. 비저니어라는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크리스티

나 키시는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내 친구 테 스미스는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였다. 크리스티나나

테같이 능력 있고 똑똑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았으니 그들을 곁에 두어야 했다. 한편 괜찮

은 사업 계획을 생각해내면 리드가 선뜻 투자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크리스티나와 테에게 도

움을 청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퓨어 아트리아의 화이트보드 앞에서 생각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들이 오랫동안 검토하고 조사한 사업 구상을 출근길 차에서 리드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드에게 치약, 샴푸 등 몇 가지 사업을 이야기 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내가

“비디오테이프?”라고 했더니, 리드는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하기도 싫어. 비디오테이프를 늦게 돌려줘

서 바로 얼마 전 블록버스터에 40달러를 뜯겼어. 그런데 ……”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후 두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쩌면”이라고 말했다. 그날 아침도 여느 때처럼 크리스티나

와 테, 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리드와 함께 출근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하자 크리스티나는 화이트보

드로 다가가 우리가 며칠 동안 휘갈겨 써놓은 구상을 하나하나 지웠다. 나는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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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물건을 활용해야 해.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 있잖아.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책을 살 수 있게 했지. 비디오테이프를 생각하고 있어. 사

람들이 인터넷으로 빌리면 우리가 곧장 보내 줄 수 있어.” 테는 화이트보드로 돌아가더니 맨 위에 파

란색 매직펜으로 ‘온라인 비디오테이프 가게’라고 썼다.

그날 밤 저녁 식탁에서 아내 로레인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사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아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뒤에 크리스티나

와 테가 시장조사를 마친 후 한 이야기와 거의 똑같았다. 비디오테이프는 부피가 너무 커서 운송하기

불편하고, 고객이 비디오테이프를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또 운송 중에 파손될 위험도 크다. 무엇보

다 비디오테이프가 비쌌다. 아무튼 나는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DVD를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온라인 비디오 대여 사업에 대한 구상이 만신창이가 된 지 얼마 후, 리드는 비디오 대여점에 터무니없

는 연체료를 냈다면서 다시 불평했다. 리드의 머릿속에는 영화가 있었다. 우편으로 영화 배달하기는

그가 관심을 가진 사업 구상 중 하나였다. 콤팩트디스크는 VHS 테이프보다 작고 가벼워서 규격 우편

봉투에 들어갈 것이고 32센트짜리 우표만 붙이면 우편으로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리드에게 크리스티나와 테의 도움으로 완성한 ‘DVD 우편 배송’ 사업 구상을 30분 동안 열렬히 설명하

고 말했다. “CD를 우편으로 너희 집에 보낼게. CD가 망가지면 이 사업 구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을 우리 모두 알게 되지. 무사히 도착하면 화요일 밤에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나는 미국의 컨트리 가

수 패시 클라인의 히트곡 모음집 중고 CD를 사서 리드에게 보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주차장

에서 만난 리드는 내가 골랐던 카드 봉투에서 CD를 꺼냈다. CD는 멀쩡했다.

CD가 안전하게 도착하자 리드와 나는 좋은 사업 구상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티나와 테는 여

러 이유로 반대했지만, DVD를 장당 20달러에 사서 32센트 비용으로 배송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이제 사업 자금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요즈음은 웹사이트나 시제품을 만든 후 트

래픽이나 초기 판매량을 분석해서 시장성을 미리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1997년에는 파워포인트로

만든 자료만 가지고 사업 자금을 모아야 했다. 시대가 그랬다.

넷플릭스의 현재 가치는 1500억 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1997년에 리드와 나는 DVD를 우편으로 빌려

준다는 사업 구상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3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회사를

시작하는 데 200만 달러가 든다고 판단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100만 달러, 다음번 투자를 받기

까지 버티는 데 들어가는 운영비가 100만 달러 정도라고 예상했다. 우리에게는 에인절(angel) 투자가

가 필요했고, 다행히 그런 사람을 알고 있었다. 리드였다. 나는 돈을 하나도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그

리고 리드와 달리 나는 그 사업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사업 초기에 돈을 전혀 투자하지 않으면서 나는 내 지분을 효율적으로 조정했다. 그 과정을 이해하려

면 스타트업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마련하는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리

드와 나는 넷플릭스의 가치를 300만 달러로 평가했다. 나는 600만 주로 시작하기로 했다. 1주의 가치

는 50센트였다. 처음에는 그 회사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 리드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반으로 나누었

다. 각자 넷플릭스 지분의 50%인 300만 주를 받았다. 하지만 이른바 ‘기존 주식 가치 희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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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을 하게 되었다. 넷플릭스를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 두 사람과 사업 구상밖에 없었다. 우리는 웹사이

트를 구축해야 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사무실을 빌려야 했다. 그래서 돈이 필요했다. 리드는 돈을 내

놓았고, 그 대가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그에게 주식을 팔았다. 이미 있는 주식이 아니라 새로운 주식

을 발행해서 팔았다. 1주의 가치가 50센트였기 때문에 리드에게 200만 달러를 받고 400만 주를 팔았

다. 그래서 모든 게 좋아졌다. 넷플릭스는 500만 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지분 비율은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300만 주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분은 50%에서 30%로 줄

어들었다. 반면 현금을 투자한 리드의 지분은 늘어났다. 원래 가지고 있던 300만 주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받은 400만 주를 합해 700만 주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지분은 50%에서 70%로

늘어났다. 우리는 지분을 각각 70%, 30%씩 가진 파트너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에는 기술 인재가 항상

부족하고, 무명의 신생 기업은 최고의 직원을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리드는 퓨어 아트

리아 합병 덕에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며칠 만에 핵심 인재와 만났고, 다양

한 국적의 괴짜들이 모인 작전팀이 만들어졌다. 에릭 마이어는 최고 기술 책임자가 되었다.

팀을 꾸리다

CD를 리드에게 우편으로 보낸 지 1주일 후 나는 쿠퍼티노의 호비 레스토랑에 앉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누구가 모였을까? 크리스티나와 테, 나는 물론 참여했다. 잠정적으로 최고 기술 책임자

를 맡은 에릭 마이어도 참석했다. 보리스와 비타 드라우트만 부부도 있었다. 에릭은 그들이 코딩의 천

재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그리고 리드도 퓨어 아트리아 사무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가끔 들렀다.

우리는 퇴근 후나 점심시간에 호비에 모여 새로 만들 회사에 관해 2시간 정도 회의를 했다.

그해 여름에는 점심시간이 길었다. 호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회의를 했을 뿐 아니라 한 달

에 몇 번씩 우드사이드까지 차를 몰고 갔다. 미치 로라는 비디오 대여점 주인을 우리 팀으로 끌어들이

기 위해서였다. 비디오 소프트웨어 중개인 협회(간단히 말해 VSDA)의 연례 총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에서 미치를 처음 만났다. 그 행사 이후에도 나는 미치에게 계속 연락했다. 결국 나는 그에게 함께 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비디오 사업을 사랑했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마린에 살고 있는데, 마린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나를 만나주었다.

사업에 투자해줄래요?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리드는 종잣돈으로 2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몇 주 후 그는 자신

이 투자할 돈을 200만 달러에서 190만 달러로 줄이겠다면서 “나는 그 구상을 좋아해. 하지만 우리 생

각에 갇힐까 봐 걱정이 돼”라고 말했다. 나는 리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투자해달라고 요청하려면 우리의 사업 구상을 검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다른 사람 돈을 활용할 때

의 또 다른 좋은 점이다. 이제 투자할 사람들을 찾아 나머지 10만 달러를 채워야 했다.

우리가 맨 처음 점찍은 투자자는 DVD와 비디오 기술 분야에서 유명 인사인 알렉상드르 발칸스키였는

데, 우리 사업 구상을 반쯤 이야기하자 그는 고개를 젓고 “개똥 같은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말

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겼다. 이제 리드가 스티브에게 제안해보라면서 나를 떠밀었다. 스티브는 볼랜

드에서 일할 때 나의 첫 상사였고 지금까지도 여러 면에서 내 멘토인데, 넷플릭스의 사업 구상을 구체

화하기 전부터 나는 스티브가 우리 이사회에 참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2만 5000달러를 투자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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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그와 함께

늘 가던 인도 식당으로 가 메뉴를 고르기도 전에 나는 불쑥 말했다. “2만 5000달러만 투자해줄 수 있

어?” 그 말을 들은 스티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찌할 수 없는 곤경에 빠진 얼굴이었다. 마침내

그가 승낙했을 때, 사업 구상과는 상관없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티브는 그때 ‘그

래, 2만 5000달러를 잃었다고 생각하지’라고 마음먹었다고 훗날 이야기했다. 한편 어머니께 부탁할 때

가장 초조했다. 어머니는 동부에 사셨기 때문에 나는 전화로 부탁했다. 지금도 그때 전화 통화를 생각

하면 민망해진다. 당시 어머니는 관심을 보이면서 정중하게 질문하셨고, 나는 예의를 갖춰 열심히 대

답했다. 어머니께서는 진짜로 투자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내 사업 설명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들이어서 투자한다는 사실을 어머니도 나도 잘 알았다.

20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하다

우리는 베스트웨스턴 호텔 건너편 건물에서 평범한 사무실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그 해 가을, 해결해

야 할 몇 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팀 꾸리기] 우리에게는 일곱 명의 핵심 인물이 있었다.

크리스티나, 테, 에릭, 보리스, 비타, 짐과 나였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늦가을이 되

자 미치 로가 우리 조직에 들어왔다. 고객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테는 코리 브리지스를 데려왔다. 코

리 브리지스는 고객 확보를 위한 일을 했다. 기술 인재는? 에릭을 통해 수레시 쿠마르라는 퓨어 아트

리아 출신의 재능 있는 엔지니어와 코 브라운이라는 뛰어나지만 괴짜인 독일인을 채용했다.

[기업 문화 만들기] 미래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희생하자고 요구하려면 원하던 대로 성공했을 때

그 성과를 모두 나눠 가져야 한다. 초기 단계에는 우리 연봉이 다른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적

었다. 하지만 스톡옵션이라는 형태로 각자 그 사업의 지분을 많이 받았다. 당장 많은 돈이 생기지는

않지만, 결국 크게 보상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DVD 목록 갖추기] 세계에서 가장 완

벽하게 빠짐없이 DVD를 갖추는 게 우리 목표였다. [발송용 봉투 만들기] 우리는 마분지, 명함용 종이,

공예 종이, 방수 종이, 플라스틱 등 온갖 재료를 미친 듯이 시험했다. [웹사이트 만들기] 1997년은 웹

사이트라는 개념이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해 뭔가를 팔고 싶으면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서버 공간만 사야 하는 게 아니라 서버 자체를 사야 했다. 이 이야기

는 바로 수천 시간을 들여 직접 디자인하고 코딩하고 시험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정하기까지

1997년 11월 우리는 반쯤 완성한 웹사이트를 시험하고 있었다. 발송용 봉투는 견본도 수십 가지 만들

었고, 영화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웹사이트 출시일까지 정했다. 1998년 3월 10일이었다. 하지만 아

직 웹사이트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어느 금요일 오후 함께 일하던 열다섯 명 전원이 내 방으로 들어

왔다. 이름을 정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발음하기 좋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어

야 한다. 한두 개 음절이 가장 좋다. 이상적으로는 첫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이름을 쓸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의 도메인이나 상표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완벽한 이름을 찾아냈어도 소용없어진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누구든 와서 화이트보

드에 단어를 적게 했다. 그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상표 문제는 없는지 등도 거의 다 알아

보았다. 이제 결정해야 할 때였다. 우리는 거창한 투표는 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이름을 입력

한 문서를 출력해서 골똘히 바라보았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 자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날,

넷플릭스(Netflix)라는 이름으로 하기로 우리 모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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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드디어 세상에 나오다

넷플릭스를 출시하는 날 아침, 나는 그날 짐 쿡의 팀과 에릭의 프로그래머들, 테와 마케팅팀에서는 무

슨 일이 벌어질까 상상했다. 그리고 아침 9시에 웹사이트 출시, 오전 내내 기자들과 전화 인터뷰, DVD

를 주문받아 발송하기까지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오전 8시 45분, 전체 직원이 에릭

의 컴퓨터 앞에 모였다. 웹사이트는 오전 9시부터 작동할 예정이었고,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준비 과

정을 거친 다음이었다. 정각 9시가 되자 에릭은 컴퓨터에 몇 가지를 입력했다.

드디어 넷플릭스 웹사이트가 작동했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에릭은 컴퓨터에 벨을 달았다. 고객이 웹

사이트에서 주문할 때마다 울리는 벨이었다. 시험 삼아 내가 그날 첫 주문을 했다. 내가 주문을 끝내

자 몇 분 후 벨이 울렸다. 거의 동시에 3개의 주문이 줄줄이 들어왔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벨 소리

가 기관총 소리처럼 연이어 들렸다. 우리는 모든 일을 15분 안에 처리했다. 15분 안에 고객은 영화를

고르고,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15분 안에 벨이 울리

고, 사무실 뒤편에 있는 레이저 프린터에서 주문 정보를 출력하고, 짐의 팀이 그 주문 정보를 들고

DVD 보관실로 갔다. 15분 안에 고객이 주문한 영화를 찾아내고, DVD를 발송용 봉투에 집어넣고, 주소

가 적힌 딱지를 봉투에 붙였다. 15분 안에 문 옆 상자에는 주문받은 DVD들이 쌓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를 마쳤을 때였다. 그때 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

렸다. “무슨 일이야?” “서버가 다운됐어요.” 1998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는

출시일에 두 대의 컴퓨터로 웹사이트를 관리하려고 했다. 내 방에서 나오니 에릭과 보리스가 프라이스

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64메가 램의 컴퓨터 여덟 대를 새로 샀다.

“우리가 오류 페이지를 만들었던가?”라고 내가 물었다.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아니요”

라고 조그맣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걸 만들자”라고 나는 말했다. 우리는 에릭과 보리스가 새 컴퓨터를

사 오는 45분 동안 ‘웹사이트가 다운되긴 했지만 사라지진 않았다’는 건방진 오류 페이지를 만들었다.

고객이 우리 웹사이트를 잘 찾아왔고, 곧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 그

날 많은 사람이 그 오류 페이지를 보았다. 1시간 후, 코는 서버용 새 컴퓨터 여덟 대를 연결했다. 새로

주문받을 수 있는 용량이 기본적으로 5배 늘어났다. 한동안 모든 게 잘 돌아갔다.

45분 정도 웹사이트가 다시 가동했고, 주문이 쏟아졌다. 그다음 서버들이 다운됐다. 또다시. 그리고

에릭과 보리스는 또다시 프라이스에 컴퓨터를 사러 갔다. 우리 사이트는 계속 다운됐다. 그때는 사이

트의 트래픽을 측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잠재 고객을 많이 놓쳤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끔찍한 실수였다. 하지만 좋은 징조이기도 했다. 사이트 방문자가 많았고, 주문도 많이 들어왔

다. 배송할 봉투를 모두 써버렸다. 테이프도 몽땅 썼다. 종이도 떨어졌다. 잉크도 떨어졌다.

나는 10시쯤 사무실에서 나왔다. 엔지니어들은 다음 날 트래픽으로 서버가 다운되지 않도록 밤새워 일

해야 했다. 넷플릭스의 일이 이제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달았다. 그

날 밤, 나는 자려고 해보았자 소용없었다. 그래서 수첩을 꺼내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

다. 그해 봄 넷플릭스의 상황이 내내 그랬다.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부딪치면서 불꽃을 튀

기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할 때다.

-8–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평온한 나날

리드는 며칠 전 아마존의 재무 담당 최고 책임자인 조이 커비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시애틀로

와서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와 자신을 만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를 왜

만나고 싶은지 말하지 않았지만, 명백했다. 베이조스는 1998년 초, 온라인 서점에 만족하지 않고 영역

을 넓히기로 했고, 우선 음악과 비디오를 겨냥하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제프가 DVD를 대

여할 만큼 흥미를 갖지는(혹은 어리석지는) 않겠지만, DVD 판매를 곧 시작하리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

리고 아마존이 뛰어들면 우리는 망할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시애틀로 가서 제프 베이조스와

조이를 만났다. 조이는 1400만 달러에서 1600만 달러 정도를 제안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아마존과 손잡을 때의 장단점에 관해 토론했다. 장점은?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당시 우리는 규모가 커졌지만, 대부분 DVD 판매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DVD를 사는 데도 돈이 많이 들고, 배송비도 비쌌다. 판촉 활동으로 DVD 수천 장을 나누

어주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물론 더 큰 문제도 있었다. 우리 회사를 그들에게 팔지 않으면 얼마 되

지 않아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아마존에 매각하면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쉽기도 했다. “잘 들어봐, 마크. 이 사업은 진짜 가능성이 많아. 나는 퓨어 아트리아를 매각할

때보다 이 사업으로 돈을 훨씬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해. DVD 판매를 중단할 방법을 찾아내야 해. 대

여와 판매를 같이 하니 고객이 혼란스러워하고, 운영도 쓸데없이 복잡해져. 우리가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아마존이 이 분야로 들어와 우리를 죽이려고 들 거야. DVD 판매는 지금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

각해. 대여에 초점을 맞추자.”라고 말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우리는 계속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

리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제프 베이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넷플릭스를 출시한 후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돈이 더 필요한 시점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

지만,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단

계에서 시리즈 B 투자를 받으려면 우리 사업이 그냥 새롭고 기발할 뿐 아니라, 수익성이 있다는 사실

을 증명해야 했다. 나는 자료를 준비해 발표 연습을 한 후 리드와 함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인스티튜셔널 벤처 파트너스를 찾았다. 발표는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

며칠 만에 그 회사의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이 우리 사무실에 전화해 내가 아직은 제대로 대답할 수 없

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우리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내 발표 때문이 아니라 리드

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리드는 벤처 투자가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들은 아무리 불가능한 일

로 보여도 리드가 참여하고 있다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투자했다. 아무튼 리

드의 도움으로 그해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600만 달러를 모았다. 그 돈으로 엔지니어와 웹디자이너들

을 새로 채용하고, DVD를 더 사들이고, 매달 수천 명씩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면서 넷플릭스의 몸집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평온한 나날은 1년 정도 지속되었다.

“너 혼자서는 어려워”

1998년 가을, 우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매일 수백 명이 우리 회사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

고, 매주 화요일마다 한 트럭 정도의 DVD가 새로 들어왔다. DVD 보관실이 꽉 찼다. 우리는 시장을 쫓

아가고 있었고, 살아남고 싶으면 DVD 이용자층을 더 확대해야 했다. 그것은 성장한다는 뜻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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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런 어느 날 저녁 6시가 가까워졌을 때 리드가 찾아 와 “할 이야기가 있어”라고 말했다. “마크.” 리드는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어. 그리고 걱정스러워. 사실은 네가 걱

정이야. 네 판단력이 걱정돼.” “뭐라고?” 나는 벌컥 화를 냈고, 리드가 말을 다시 시작했다.

“마크, 너는 이 회사에서 놀라운 일들을 해냈어. 하지만 이 회사를 혼자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

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확신하지 못하겠어. 너의 전략적인 감각은 어떤 때는 맞고, 어떤 때는 완전히

틀려. 사업적인 판단이나 채용, 경제 감각에서도 문제를 보였어. 우리같이 작은 회사에서 벌써 이런 문

제들이 드러나서 걱정이야. 내년과 후년에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거고, 몇 번의 실수로도

훨씬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거야. 그래서 내가 이 회사에 정식으로 합류해 너와 함께 운영한다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CEO, 너는 사장으로.” 그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내

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갑자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과잉 반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게 어두

운 현실을 헤쳐 나갈 현명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CEO와 사장으로 함께 이끌어나가는 게 우리 회사

에 걸맞다고 생각해. 우리 둘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 수 있어.”

나는 그가 옳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내 회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생각했

다. 내 사업 구상이었고, 내 꿈으로 만든 회사였다. 그리고 이제 내 사업이었다. 리드가 스탠퍼드에서

공부하고, 테크넷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이 회사를 세우려고 내 삶 전체를 쏟아 부었다. 올바른 결정만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내 방식대로 일할 수는 없을까? 그도 틀리지는 않

았다. 그는 우리가 배운 실수와 헤쳐 나가야 할 미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속상해하지

마. “너에게 엄청난 존경과 애정을 느껴. 너를 파트너라고 부르면 자랑스러울 거야.” 내 머리는 빙빙

돌았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 리드”라고 나는 말했다. 리드는 결국 일어나더니 “이 일이 어떻게

되든 나는 네 친구야. 네가 절대 반대하면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주주로서의 내 위치를 보면

강요할 수도 있지만. 네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할 거야.” 라고 말했다.

그가 방에서 나간 다음 어두운 방 안에 앉아 곰곰 생각해보니, 리드가 무척 긴장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을 듣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리드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더

어려웠다. 리드가 나보다 더 탁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 단계에 와서는 그가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우리 꿈이 현실로 바뀌면 이제 우리만의 꿈이 아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우리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의 꿈이 된다. 세상의 꿈이 된다. 나는 리드가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EO와 사장을 나눠서

하는 게 우리 회사에 필요한 지도력이었다. 그게 성공 확률을 크게 높여줄 것이었다.

한편 리드는 자신이 CEO로 들어오는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더 요구했다. 게다가 많은 부분을 나에게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책임을 분담하니 내 몫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설명하자 아내는 “말도 안 돼”라고 소리를 질렀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직원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알릴까, 내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그리고 과도기에 어

떻게 대처할까. 알 수 없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날 밤에는 내 결정에 만족했다고 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만족할 줄 알았다. 리드와 내가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협업의 엔진이 윙윙거리기 시작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것 같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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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1999년 봄, 나의 공식 직함은 ‘사장’이었다. 그날그날 내가 하는 일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고객 관리,

마케팅, PR, 웹디자인, 영화 콘텐츠, DVD 플레이어 제작업체와의 관계 유지 등 넷플릭스에서 내가 좋

아하고 잘하던 일을 계속 맡았다. 리드는 재정, 운영, 컴퓨터 관련 일 등을 책임졌다. 나로서는 직함이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처 투자가들은 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그리고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자금을 모으려면 리드 같은 인물이

CEO를 맡는 게 최고의 자산이었다. 리드라는 존재가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이사회의 잡음을

잠재웠다. 1999년 봄, 나는 뒷자리에서 우리 회사를 도울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리드가 매끄럽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패티 매코드였다. 리드와

내가 넷플릭스를 함께 운영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리드는 그를 데려와 인사 관리를 맡겼다. 그는 퓨어

아트리아의 인사 관리 책임자였었는데, 그는 보통 사람은 잘 파악하기 어려운 리드를 잘 이해했고, 리

드가 사교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끌 줄 알았다. 패티가 인사 관리 책임자로서 넷플릭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분 문

제도 합의했다. 리드가 CEO로 들어온다면 그가 원하는 지분의 3분의 1을 내 몫에서 나눠주겠다고 동

의했고, 3분의 2는 그가 이사회에 요청해야 했다. 그는 그렇게 했고, 지분을 확보했다.

그해 봄, 사무실을 옮기자마자 리드는 우리 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을 새로 채용했다. 첫

번째 인물은 배리 매카시였다. 그는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노련한 전문가였고,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해

음악을 틀어주는 뮤직 초이스의 최고 재무책임자로 일했었다. 나는 그가 똑똑하고, 헛소리를 하지 않

고, 유능해서 좋았다. 배리가 입사하면서 짐 쿡은 넷플릭스를 떠났다. 스타트업 팀이 허물을 벗기 시작

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시작할 때는 그 일에 적합했던 사람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수

십 년 경력에 조직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다. 1999년 초, 짐이 퇴사한 후 운영

책임자로 들어온 톰 딜런이 분명 그런 경우였다. 그는 일생 대기업에서 국제 유통을 관리했고, 가장

최근에는 시게이트 앤드 캔데슨트의 최고 정보 책임자를 지냈었다.

새 사무실은 새 얼굴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해묵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아무도 DVD를 빌리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1년 반 동안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하나 빌리면 하나는 공짜,

경품, 여러 장을 한꺼번에 빌려주기, 판촉 활동, 온갖 다양한 홈페이지 디자인도 만들어 봤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기대하는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공짜 이용 쿠폰으로 고객을 불러들였지만, 그들이

돈을 내면서 재방문하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해 비용만 많이 들였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마존은 1998년 11월부터 DVD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DVD를 사고 싶어 하는

우리 고객을 아마존으로 안내한 지 몇 달이 지났다. 그 대신 아마존의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DVD를

빌리러 오기를 잔뜩 기대했다. 아마존이 우리처럼 노력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돌아오는 게 거의 없

었다. 아마존 사이트에 추가한 우리 링크는 눈에 띄지 않아서 찾기가 어려웠다. 아마존과의 거래가 깨

지자 리드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풀이 죽었고, 크리스티나는 특히 더

그랬다. 크리스티나는 처음부터 그 거래에 반대했지만, 항상 그렇듯 회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

히 일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존을 통해 들어오던 고객이 없어진다는 사실도 기운이 빠지는 일

이었다. 게다가 이제까지는 우리를 떠받치던 DVD 판매를 포기하면서 적자가 심해지고 있었다. 리드와

나는 그 답답한 결과를 일종의 축복으로 여기는 듯 직원들 앞에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넷플릭스가 성

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우리는 지적했다. 대여에 집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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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1999년 여름이 되자 상황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러던 어느 날 창고에 들렀더니 창고 선반에 방치되어 있는 수천 장의 DVD들이 눈에 보였다. 사무실

에 돌아와 내가 본 장면을 리드에게 이야기했고, 우리 두 사람은 흥미진진한 토론을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그 DVD를 왜 창고에 쌓아두고 있지? 고객들이 그 디스크를 보관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들 집에서, 그들 책꽂이에, 고객이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DVD를 가지고 있게 해준

다면? 만약 연체료를 없앤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 뭔가

준비된 고객에게만 의존한다는 게 현재 우리 대여 체계의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았다.

무엇을 보고 싶은지 며칠 전부터 생각해둔 사람만이 우리 사이트에서 DVD를 빌렸다.

하지만 무슨 영화를 보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두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비디오 대여점에 들어

가 새로 출시된 DVD들을 살펴본 다음에야 무엇을 빌릴지 결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DVD를 원

하는 만큼 오래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객은 이제 DVD를 텔레비전 위에 계속 올

려놓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 곧장 볼 수 있다. 운전해 가서 빌려오

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그리고 만약 여러 DVD를 가지고 있다가 기분에 따라 선택해서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최대 약점을 순식간에 최대 강점으로 완전히 바꾸어놓을 방법이었다.

그리고 DVD를 다 보았을 때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좋아…… 만

약 이용자가 그냥 다음 이용자에게 배송하면 어떨까? 개인과 개인을 서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다시

말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해 한여름까지 몇 주의 토론을 거쳐 우

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① 대여 기간 무제한 - 연체료

를 없애는 방안에 관해 비공식 이메일 조사를 했더니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들이

한 달에 15.99달러로 DVD 네 장을 빌린 후 원하는 기간만큼 갖고 있을 수 있는 방식을 새로 만들었

다. 고객이 DVD 중 한 장만 돌려주면 곧장 사이트를 재방문해서 다른 DVD를 빌릴 수 있다.

② 연속 배달 - ‘사이트를 재방문해서 다른 DVD 빌리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고

객이 각자 보고 싶은 DVD 목록을 만들도록 하면 어떨까? 고객이 반납한 DVD를 받자마자 그 고객 목

록의 다음 영화를 자동으로 보내면 어떨까? ③ 월간 이용료 - DVD를 원하는 만큼 계속 가지고 있게

하면 고객이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DVD를 바꿔줄

때마다 대여료를 내게 하나? DVD를 하나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월간 이용료를 시험

해봐야겠다고 결정했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달마다 월간 이용료를 내게 했다.’ 그리고 이제 무

엇이 효과가 좋고 무엇은 효과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로따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아무도 모른다

시험해보니 대성공이었다. 연체료를 없애고, 월간 이용료를 단순하게 매기고, DVD를 연이어 배달하니

사람들이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너무너무 좋아했다. 리드와 나는 1998년 9월, CEO와 사장

으로 함께 회사를 이끌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기 전에 월간 이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1년

반이 지나기 전에 모든 고객이 월간 이용 서비스만 이용하게 했다. 그리고 새로 디자인한 웹사이트가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에게 영화를 추천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하면서 우리가 빌려주고 싶

은 영화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혁신을 이루어낸 것을 볼 때, 우리가 함께 회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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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운영하기로 한 선택이 옳았다. 우리는 정말로 호흡이 잘 맞았다. 내가 만든 팀은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창의적인 구상을 계속 내놓았다. 그리고 리드의 팀은 우리의 구상을 능률적으로 만드는 데 집요하

게 초점을 맞췄다. 리드는 우리가 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2000년 9월 우리는 닷컴 붕괴 가운데 살아남았다. 사업 모델이 좋았다. 기한도 없고 연체료도 없는 정

책이 힘을 발휘했다. 사람들은 원하는 영화를 찾아주는 시네매치 시스템을 좋아했다. 2001년 말이면

이용자가 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월간 이용 서비스는 한 달 무료 이용

혜택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돈이 여전히 줄줄 새고 있었다. 당장 수익을 내야만 하

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업 공개를 하려면 우리가 수익을 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은행이 판단

할 수 있어야 했다. 2000년 후반부터 2001년까지 우리는 모든 과정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배리가 재정 상태를 점검하면서 닷컴 거품이 꺼진 후의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보니,

그냥 경비를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그게 배리의 계획이

었다. 리드, 패티, 배리와 나는 매일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따졌다. 어느 부서를 최대한 축소해야 할

까? 어느 부서는 손대지 말고 그대로 남겨야 할까? 연봉이 높은(하지만 그만큼 쓸모 있는) 직원을 정

리해야 할까, 아니면 서비스 대리점의 수를 대폭 줄여서 인력을 줄일까? 복잡한 문제였다. 구조조정을

모두 끝내고, 남은 직원들을 모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자고, 그리고 우리 자신과 모두에게 보여주어

야 할 엄숙한 책임감에 관해 이야기했다. 잔인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살리는 방법이었음을

증명하자고 말했다. 우리 모두 넷플릭스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기업 공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후 몇 주, 몇 달 사이에 뭔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우리의 상황이 좋아졌다. 더

효율적으로 되었다. 더 창조적이고 단호해졌다. 이런 일은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자주 벌어진다. 처음

에는 몇몇 사람들의 헌신과 집중력, 창의력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다음 직원을 채용하면서 몸집을

점점 키운다. 그러다 너무 커지면 스스로 몸집을 줄인다. 다시 본래 사명에 집중한다. 최우수 직원들의

새로워진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이런 과정을 해낼 때가 많다.

2001년 말의 넷플릭스는 어떤 면에서 1998년 6월로 돌아간 듯했다. 탁월한 사람들만 모인 팀이 100

만 명의 이용자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1998년과 똑같이 성공했다. 이번

에는 몇 달 일찍 목표를 달성했다. 크리스마스 때였다. 톰 딜런이 전국 어디나 1일 배송(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

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넷플릭스를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넷플릭스를 시작

했던 팀 중 많은 사람이 떠났다. 짐은 와인쇼퍼라는 아마존 자회사에서 일했다. 테는 인터넷 보안 스

타트업인 존 랩스에서 일했다. 비타와 에릭은 9월에 회사를 떠났다. 크리스티나는 1999년에 건강 문

제로 휴직했고, 이후로도 정규직으로는 일할 수 없었다. 능력 있는 팔방미인이었던 초창기 직원은 최

고의 전문가로 교체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

만 초창기 팀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앞으로 이 회사에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2년 초에는 주로 상품개발과 관련된 일을 했는데, 우리는 그때 벌써

DVD가 사라진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디지털로 동영상을 전달하는 미래가 오고 있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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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실을 알았다. 그런데 그 미래가 얼마나 빨리 어떤 형태로 올까? 이런 질문들에 관한 답을 찾으려고 나

는 영화 제작사, 텔레비전 방송국, 소프트웨어 회사, 하드웨어 제작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2002년 5월 23일 넷플릭스의 기업 공개가 이루어졌다. 넷플릭스의 기업 공개를 주관한 투자은

행인 메릴린치는 상장 첫날 7000만 달러 이상의 주식을 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

업 공개를 앞두고 2주 동안 주요 금융 시장을 모두 도는 순회 행사 일정을 빡빡하게 짜 넣었다. 월스

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부터 뉴욕까지 차례차례로 순회행사를 열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마다 배

리와 리드는 이 사무실 저 사무실, 이 회의실 저 회의실로 뛰어다니고, 아침 회의와 점심 발표를 하면

서 넷플릭스에 투자하는 게 왜 매력적인지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했다.

신규 상장하는 날 아침, 그 주식의 시초가로 어떤 가격이 이상적인지 계산해내는 게 투자은행의 과제

다. 주식 사격을 너무 높게 정하면 우리 주식에 관심을 보이던 투자자조차 떨어져 나가 7000만 달러

라는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 가격을 너무 낮게 정하면 넷플릭스의 이익이 줄어든다. 드디

어 그 순간이 왔다. 배리가 나와 제이, 리드가 모여 있는 곳으로 건너와 “가격이 결정됐어.”라고 알려

주었다. 벽에 붙은 긴 화면, 그리고 모니터들 맨 위에 글자와 숫자가 표시되면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

을 시시각각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왔다! ‘NFLX(넷플릭스)ㆍ16.19’ 우리는 서로 축하했다.

돈 때문에 일한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할 때는 내가 쓸모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꼈다. 나는 일을 부자

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짜릿함,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을 느

끼게 하는 수단이었다. 넷플릭스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고, 나는 뛰어난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 문제들을 악착같이 해결해내려고 애쓸 때 기쁨을 느꼈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

각했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크리스티나, 미치, 테, 짐, 에릭, 수레시와 수백 명의

직원 때문에 넷플릭스를 사랑했다. 그들은 야근과 주말 근무, 휴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고, 일하느라

개인적인 계획을 취소하고 약속을 바꾸었다. 리드와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주었다.

그러니 돈 문제가 아니었다. 부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가 중요했다. 그

래서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당장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것

을 막으려고 메릴린치는 우리 모두에게 6개월 동안 지분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몇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아

마도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 쌓인 이메일을 몇 시간 동안 처리한 후 집으로 향할 것이다. 꿈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가 해냈다. 우린 봉투에 팻시 클라인의 CD를 집어넣으면서 시험했던 일을 상장 회사로

만들었다. 우리가 꿈꾸었던 성공이었고, 우리에게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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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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