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등급 지옥에 차출되셨습니다. [지옥-시즌 1]

3 등급 지옥에 차출되셨습니다. [지옥-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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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패러디임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2012년 11월 2일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일을 보고, 담배 하나 싹 태우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죽어있다.

#2012년 11월 29일

마약으로 인한 심신미약. 징역 10년. 사람을 죽였는데 10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살인에는 사형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2013년 1월 3일

아무것도 안 한 아버지가 죽도록 밉다. 아무것도 못 한 내가 미치도록 싫다.

#2022년 11월 30일

그 새끼를 죽였다. 기절시킨 후에 불태웠다. 의장님의 도움을 받아 시연을 당한 사체처럼 꾸몄다. 의장님과 cctv를 확인한 형사인 우리 아버지를 제외하곤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2022년 12월 7일

죄인을 죽인 자는 죄인인가? 피해자의 관계자가 가해자를 가해하면 죄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정의인가? 모든 사회구성원이 상호 간에 갈등이 없다면 정의로운 사회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선인가? 그럼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난거지? 나는 뭘 하고 싶지? 나는 죄인인가?

아버지는 형사인데 왜 내 범죄 사실을 묵인하는거지?

#2023년 1월 14일

신이 그의 사자들을 불러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고 있다. 새진리회 교리에 의하면 신의 절대적 기준 하에 죄를 지은 자들이 지옥에 가는 것 같다. 심지어 시연이 두려워 그 전에 자살한 사람조차 영으로 다시 불러내 확실하게 시연을 행하는 것 같다. 나도 지옥에 가려나.

#2023년 1월 15일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아버지는 알고 있다고 했다. 정진수 의장님을 따라 해외여행을 갈 거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정진수 의장님이 죽었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다. 의장님이 시연을 당하는 영상이었다. 의장님도 죄인인가?

#2023년 1월 23일

인간이 정한 룰에 의한 죄인이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다. 다른 기준이 있거나, 무작위다. 왜 이제와서? 신의 계획인가? 그저 유희인가?

#2023년 1월 31일

"4일 후 오후 1시 50분. 정가나. 너는 지옥에 간다."

#2023년 2월 1일

인터넷에 무작정 '지옥'을 검색했다. 스크롤을 마구 내리다 '지옥 : 두 개의 삶'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두 편의 애니를 봤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스스로? 내가 나를? 그 새끼를 죽여서 내가 불행해졌다고? 이게 신의 규칙이야? 정성껏 빚어서 사랑으로 키웠으면 납득 가능한 룰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 그 작자가 날 불행하게 한거잖아 이건. 씨발.

#2023년 2월 2일

민혜진 변호사라는 사람이 아기가 고지 받은 사실을 인터넷 방송으로 알렸다. 내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시연당한다고 한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진실을 알았다. 이건 신의 유희다. 신은 우릴 가지고 놀고 있는거야. 재미로 만들고 재미로 부수는 애새끼같은 마인드로 이기적이게 구는거야. 어이 당신. 아무리 그래도 사랑으로 빚은 당신네 아들, 딸 들이 모두 당신을 미워하면 당신도 좀 타격이 있겠네?

#2023년 2월 3일

아기가 살았다. 시연 시각에 부모는 아이를 품었고 희생했다. 시연은 희생이 가능하다.

아버지.

나 누구랑 친했더라. 나한테 빚졌던 애 누구 있었지? 아 맞다 삼촌한테 전화 한 번 해볼까. 담임 쌤은 답 해주시려나?

역겹다. 아버지를 떠올린 것도, 나 대신 죽어줄 사람 찾고 있는 것도 너무 추잡스럽다.

여기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지옥은 어떤 곳일까. 사실 여기가 지옥이 아닐까? 한 3 등급 정도의 지옥. 그리고 난 또 뭘 잘못해서 4 등급, 혹은 그 이상의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예정인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년 2월 4일

1시 49분이다. 1분 남았다. 무섭다. 존나 무섭다. 씨발 진짜 너무 무섭다. 살고 싶다. 존나게 살고 싶다. 살려줘. 부탁할게. 하나님, 예수님, 제발. 이번만 봐줘. 제발 이번 한 번만. 다음엔 잘할게. 진짜 부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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