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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의 시어와 정서적 일차적 의미
국어사전의 시어와 정서적 일차적 의미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전문이다.이 시에 사용된 시어들 중에 국어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만큼 모호하거나 어려운 단어는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에 나온 ‘그늘’과 ‘눈물’이라는 시어는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이 시 속에서 ‘그늘’과 ‘눈물’은 중심적인 정서를 환기시키면서 무의식의 내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우선,위의 시에서 일차적인 의미에서 정서적 - 40 - 의미를 포함한 이미지군을 정리해 보면,‘사랑’,‘햇빛’,‘그늘’,‘햇살’,‘눈물’, ‘기쁨’등이 있다.이는 다시 ‘그늘과 눈물’그리고 ‘기쁨과 사랑’의 이항대립 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유기적 결합체로 완결된 시 는 이항대립의 경계를 무너뜨린다.이러한 와해는 곧,분산되었던 정서를 한 데 집합시킨다는데 의미가 있다.“나는 그늘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 다”라는 데서 우리는 ‘그림자’를 찾아 볼 수 있다.그림자는 무의식의 열등 한 인격이다.그런데 시적 상황이나 정황으로 보아,열등한 인격인 ‘그림자’ 에 대한 시적 화자의 정서는 분노나 슬픔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그 것을 투사하는 과정에서 의식화가 일어나고 부정적인 작용을 건설적인 정 서,기능으로 대치시킨다.그림자의 이러한 창조적 성질에 대한 관점에 대해 융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인간,즉 그림자가 도덕적으로 비난할 만한 경향으로 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련의 좋은 성질,즉 정상적인 본능,창조적 충 동 등도 나타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이러한 인식단계에서 악은 그 자체로는 자연스러운 사실의 왜곡,변형,곡해,무분별한 적용으로 나타난 다.이와 같은 찢김과 회화는 마침내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특수한 작용으 로서,후자는 악의 근원자이며 원조로서 나타난다. 의식에서 억압되어 이루어진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으로서의 그림자는 이른바 크게 해롭지 않 고 의식화하여 분화된 태도로 변화할 수 있는 상대악이다.19) ‘어둠의 이미지’를 ‘빛의 이미지’,즉 밝은 이미지의 상반되는 개념으로 생 각하는 일차적인 차원은 시 안에서 고차원적인 차원으로의 이동이 가능하 19) 이 부 , 그 림 자 , 한 길 사 , 2006, p. 81. - 41 - 다.이것은 적극적 상상에 의한 그림자의 변화와 이동에 의해 가능하다.위 의 시에서 ‘그늘과 눈물’이 환기시키는 슬픔과 분노의 이미지는 ‘햇빛과 기 쁨’의 정서로 치환된다.하지만 이러한 치환은 이미 인간의 정서 속에서 분 열과 결합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역동적 관계이다.“햇빛도 그 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 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에서 알 수 있듯이,하나의 개념은 ‘無 에서 有’가 되는 것이 아니라 ‘有와 有’즉,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그 의미파 악이 더욱 분명해진다.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는 시적 화자의 그림자 즉,그늘과 눈물이 긍정적인 기능으로서 의식화 작 업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42 -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에 대하여」 ―「 ‘바닥’도 ‘그림자’와 같이 인간의 무의식 속의 한 부분이다.삶과 죽음의 메타포를 걷는 것이 인생이라면,‘바닥’은 죽음에 가까운 즉,인간이 인지하 고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자 무의식의 세계다.사후의 세 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죽음이 삶의 종착지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이러한 자명한 사실 앞에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을 느끼는 데,이것은 경험해 보지 못한데서 오는 불안장애20)로 정의할 수 있다.또, 불안장애가 심해지면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무 의식에 억압된 정서의 원인에 대해 통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이러한 통 찰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억압된 욕구를 표현하게 함으로써 정서 장애를 치유할 수 있다.21)위의 시에서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바닥을 딛 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바닥’ 20)다소의 불안은 위험한 자극에 대한 경계신호로 생존과 관련된 기능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불안을 느끼거나 위험의 정도를 과대평가하거나 위험상황이 끝났 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고 지속적인 불안을 느낀다면 이는 일종의 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21)정옥분 . 정순화 . 임정하 공저,앞의 책,p.381. - 43 - 전문 즉,무의식의 심층까지 경험하고 느낀 사람들로 구성된다.그리고 경험자로 써 경험담을 말한다. 1바닥까지 가본 사람들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 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 2바닥을 딛고 굳게 일어선 사람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3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 온 사람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 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느끼는 감정과 정서를 분류하고 구조화하기 는 쉬운 일이 아니다.그것은 개인적 차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으며,여 러 가지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다.하지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일차적 정서에 대해 아래 표22)와 같이 정리해 볼 수는 있다.위의 시,1~3에 나오는 유형의 사람들은 인간의 공 통적인 관심사인 죽음 즉,융의 집단적 무의식중 죽음에 대한 고찰로써 그 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정 2)표.일차적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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