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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1 - 6부 완결(2021)
지옥 –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1 - 6부 완결(2021)
※ 제 리뷰에는 항상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 : 연상호, 최규석 / 출연 :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2021년
어쩌다 보니 첫 번째 글이 영화가 아니라 영화 같은 드라마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 본 것 중에 무엇이 있을까 고르다 선택했다.
첫장면부터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시연' 장면이 나온다.
‘지옥’은 요즘 여느 콘텐츠처럼 첫 장면부터 아주 충격적인 영상으로 시작한다.
아주 평온한 일상, 실제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실제 생활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황당한 사건 장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듣게 되는 ‘고지’라는 것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시간에 맞춰 저승사자(내가 보기엔 까만 헐크)가 셋 나타나 아주 잔혹하게 고통을 준 후에 신원확인조차 안 될 만큼 태워 영혼을 살라버리고 사라지는 사건이 터진다.(얘네들 왜 꼭 셋이 나타나는지 궁금함)
이런 기괴한 현상과 사건을 통해 인간들은 이 현상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인간들과 미스터리에 맞서는 인간들로 나뉜다.
드라마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토대로 벌어지지만 그 현상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는 간악한 무리들과 속임수에 맞서 인간다움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싸움이 밑바탕이다.
드라마는 이렇게 이유도 알 수 없이 자행되는 사건을, 죄 지은 인간에 대한 신의 처벌이나 신의 뜻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종교처럼 번져 사회적 여론이 되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보여준다.
마치 요즘 언론들이 잘못된 ‘가짜뉴스’를 남발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그걸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대한민국을 자꾸만 뒤로 잡아당기는 모습과 흡사하다.
사형집행의 맨 마지막에는 항상 빛을 발하며 태워버린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뭐, 이런 감독도 있나 싶어 검색해본 적 있다.
우리 사회 음지에서 자행되는 부조리를 리얼하면서도 강한 비주얼로 그려내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는 ‘지옥’을 비롯해 반도(2020), 염력(2017), 부산행(2015), 서울역(2015) 등이 있는데, 좀비 같은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것들을 아주 일반적인 현실을 배경으로 그럴듯하게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우리의 이웃, 우리 세계에 정말로 생겨날 것만 같은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도 요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흥행 조건처럼 되어버린 아주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장면들을 사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왜 사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신은 있는가’, ‘죄는 무엇인가’, ‘왜 죄를 짓나’,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누가, 어떤 근거로 심판하나’ 등의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지옥’은 요즘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우리나라의 콘테츠가 줄줄이 줄을 서 있는 넷플릭스에서 2021년 11월에 선보였다.
이정재가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즌2를 예고하듯 되돌아 나오는 장면을 끝으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더니 오징어게임의 기록을 단 하루 만에 갈아치우는 작품이 바로 공개된 것이다.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 벌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이 어렵다며 받아들여지지 않던 극본에도 넷플릭스에서는 거금을 투자했다니... 씁쓸하지만 우리 미디어계의 현실은 아직도 여배우가 일단 한번 벗느냐 안 벗느냐가 더 중요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옥’은 잔혹한 장면이 많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절대 청소년관람불가를 권장한다.
시즌1은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치 3편씩 나눠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먼저 1화에서 3화까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감독이자 배우인 양익준이 형사로 나오는데, 특유의 거칠고 강할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인간미 풀풀 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양익준은 사연이 있는 형사로 나온다.
유아인은 새진리회 의장으로 나온다. 연설하는 장면.
배우 유아인은 주특기인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한다. 천사의 가면을 쓴 악의 결정체 같은 역할로 나온다.
바로 이 장면에서 명대사가 한마디 나온다. 인간의 죄는 여러 가지 이유나 핑계가 있지만 “죄는 인간이 죄짓고자 하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 그걸 부정하면서 인간은 수치심, 죄의식, 참회, 속죄를 잃어버렸습니다. 지금 신께서는 너무나 직설적으로 여러분에게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대사다.
사람의 죄를 신을 끌어와 평가하고 있지만, 늘 그렇듯이 인간은 신의 대리인이 절대 아니다.
유아인은 새진리회라는 신흥종교단체의 의장으로 추대받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고시원에서 지내며, 권력엔 관심 없는 듯 행동한다. 심지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기도 하다.
이렇게 선량한 이웃 같은 그는 입으로 새로운 정의를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은밀하게 숨겨진 무서운 비밀과 계획이 가득한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국민 국민!’을 외치지만 그것이 결국 자신들의 탐욕과 욕심을 감추기 위해 쓴 페르소나(가면)에 불과한 위선자가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이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니!
점점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10대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아버지뻘인 사람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고도 자신들이 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10대가 다 그렇다는 것 절대 아님)
취조실에서 공권력을 비웃으며 법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미성년임을 기득권처럼 사용하고 있다. (저런 얘들 머리엔 뭐가 들었나 궁금하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에 의해 우리 사회는 점점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점점 더 자본주의적 계급사회화 되는 현실은 날로 더해지는 빈부격차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잘못된 믿음과 좌절, 차별 등은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미래와 희망을 잃은 자포자기의 삶으로 가도록 망쳐놓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위 장면에 나오는 이들은 이제 어른에 대한 존경, 예의, 공경 따위는 아예 모르는 것 같다. 마치 내일 인류의 문명이 끝날 것 같이 말하고 행동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요 근래 또다시 사고를 쳐서 떠들썩했던 ‘장재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노엘)의 모습도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강력한 자아로 더 밝은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현주는 진짜 주인공이다. 왜냐구...
양익준, 유아인과 더불어 출연하는 진짜 주인공 김현주는 변호사로 나온다. 그녀가 진짜 주인공이라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생존하여 계속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현주는 암에 걸려 투병 중인 노모를 모시고 사는 평범하고 성실한 변호사지만, 이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게 된다.
드라마에서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이미 죄인이며 지옥에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옥이나 천국이 있는지, 우리 인간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 어디로 가는지, 그것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단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마치 당연히 그런 걸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세뇌되어 있는 것 같다. 죄가 있는 사람은 지옥, 선하고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간다는 말 때문에 미리 고지되는 ‘지옥행’은 멀쩡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극악죄인으로 만든다.
이렇게 선악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신의 뜻일까? 그렇다면 결국 ‘신(神)’이라 함은 또 다른 강력한 권력은 아닐까?
아무튼 드라마로 다시 돌아와서, 사람들이 고지를 받고 괴인들에 의해서 처벌받는 이 기괴한 현상을 이용해 유아인이 만든 ‘새진리회’라는 신흥종교단체와 신의 뜻에 따라 자신들이 처벌한다며 폭력을 휘두르는 ‘화살촉’이라는 무리들까지 나타나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짓을 벌인다.
그러나 마치 ‘가짜뉴스’로 조작, 형성되는 여론처럼 사람들은 이러한 주홍글씨 낙인을 이미 찍어놓은 상태에서 ‘공개 시연’이라는 것을 통해 완전히 장악되고 만다. ‘시연’이라는 것은 고지를 받은 죄인을 처벌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이것이 바로 신의 뜻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극 중 박정자의 공개 시연 장면
극 중 ‘박정자’라는 인물의 ‘공개 시연’ 장면이다. 새진리회의 유아인은 박정자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시연 장면을 만천하에 보여주자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방송사, 언론사에서 취재 경쟁까지 벌이는 사태가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시즌1에서 이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까만 헐크들의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처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비이성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방송하고, 취재하고, 구경하는 모습이...
V.I.P들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여기에서도 ‘오징어게임’에서처럼 일명 V.I.P들의 모습도 보인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 따로 마련된 상석에 앉아 가면까지 뒤집어쓰고 ‘시연’을 즐긴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이런 놈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다.)
‘박정자’의 시연을 통해 세상은 그 이전과 그 이후로 완전히 나뉘게 된다.
이제 평등은 없어졌다. 사회는 죄인과 처벌자, 그리고 방관자로 나뉘게 되고 사람들은 고지를 받아 지옥에 간다는 공포보다 사람들에게 죄인으로 낙인찍힌 자신 때문에 지인이나 가족들까지 사회적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게 더 두렵다.
유아인은 형사 양익준에게 충격적인 비밀을 말한다.
한 사람의 잘못된 사이코패스적 계획에 의해 사람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로 변해버린 것이다. 드라마 ‘지옥’에서의 유아인은 그래서 이제껏 본 악당들 중에서도 악당이다. 정의로운 척, 선한 척하는 겉모습과 달리 그의 무서운 계획은 모든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꿔 놓는다.
배우 박정민
4화부터 6화는 배우 박정민이 주인공이다.
그렇게 기괴한 사회로 변화한 지 4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다. 방송사 PD로 일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그가 이 기괴한 사건에 연루되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정민과 그의 아내는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공포와 맞닥뜨리고 혼란에 빠진다.
아마 시즌2가 나온다면 시즌1에서 이제 막 태어난 박정민의 아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너무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여기서 그만...
새진리회를 장악한 새로운 교주, 거짓된 세상을 만들고 그걸 이용해 막대한 권력을 행사한다.
새진리회를 창시한 유아인이 사라지며 제2대 교주로 지목한 양심 없는 목사가 새진리회를 장악하고, 새진리회는 막대한 권력을 행사한다.
새진리회 이사진들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모의중인 새진리회
마치 조폭단체처럼, 교주(두목) 외에 몇몇 위원(중간두목들)들이 있고 행동대장이 있고, 거기에 화살촉(신의 뜻이라며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과도 이어져 있다. 모든 게 신의 뜻이라며 마치 자신들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권력을 휘두른다.
위 장면을 보면 현실에서의 어떤 정치하는 당, 당대표실의 모습이 연상된다. 말로는 ‘국민 국민’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과 권력 유지를 위해 몰두하는 그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면서 내가 사는 현실에도 이름만 다를 뿐 드라마의 새진리회 같은 놈들은 많구나... 하는 허탈감이 들기도 한다.
박정민과 아내가 자신들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자들에게 맞섰다.
시즌1의 거의 마지막 장면이다.
트리오로만 움직이는 사자(까만 헐크+킹콩)들이 죄인으로 지목된 자를 처벌하려는 장면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한다.
자식을 사랑하고 지켜내려는 부모의 힘. 세상에 이보다 강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다. 자신들을 희생함으로써 잘못된 믿음으로 엉망이 된 세상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시즌2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이유다.
첫 글인데 주저리주저리 글쓴이의 의견이 너무 많이 달린 것 같다. 생각과 의도를 말하고자 하다보니 글도 길어졌다. 뭐,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하며 첫 포스팅을 마친다. 빨리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며...
(아! 요즘 네이버pp인가 뭔가 무단도용한다던데, 분명하게 밝히지만 원치 않는다.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갖다 니꺼처럼 사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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