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From one Sapiens to another.

흔히 인문학, 역사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무려 10년 동안이나 대출 순위가 1위였다는 『총, 균, 쇠』를 읽고, 그 방대하고 지루한 내용에 하마터면 나도 그러한 편견을 가질 뻔 했다. 이 책, 『사피엔스』를 읽기 전까지는.

가장 훌륭한 교사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피엔스』는 방대한 인류의 역사를 '네 가지 혁명'으로 분류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특유의 위트와 재치있는 문장을 사용하여 재미있게 풀어준다.

그리고 인류사를 바라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완독하면 저절로 명석해진 기분이 든다.

무명이었던 유발 하라리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책이며, 국내에서도 50만부 이상 판매되었던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이다.

최근 그러한 인기에 힘입어 그래픽노블(만화)로도 출간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래픽노블보단 원저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1. 인지혁명

인류는 약 25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여행을 시작하며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약 1만년 전까지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고(古)인류는 점차 뇌가 커지고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분만 중 사망 위험이 커짐에 따라, 다른 동물에 비해 이른 출산을 하게 되어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인류는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점차 '사회적 능력'을 발달시키게 되었다.

약 88만 년에서 30만 년 전쯤의 인간 종은 불을 사용하게 되었다.

불은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고, 음식을 익혀 식사시간을 줄일 수도 있게 되었다.

식사시간이 줄어들며, 창자의 길이도 짧아지게 되었고 에너지를 뇌로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능이 발달했으며, 네안데르탈은 근육이 발달한 종이다.

사피엔스는 대부분의 네안데르탈을 몰살했으나, 일부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와 교배하게 되었다.

2010년, 네안데르탈의 게놈 지도가 밝혀졌는데, 인간의 1~4%가 네안데르탈의 DNA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유연한 언어 사용'을 통해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언어는 정보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허구의 언어는 '신화'가 되어 많은 수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복잡한 이야기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단어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며,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게 되었다.

신화를 '다른 이야기'로 바꾸면 사람들 간의 협력 방식도 바뀌게 된다.

협력으로 인해 사피엔스는 수십 명이 연합하여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가상의 실재는 '문화'가 되고,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역사'가 되었다.

수렵과 채집 생활에는 고난과 결핍의 시기가 종종 닥쳤고, 어린이 사망률이 높았으며, 사소한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연현상은 자연이 의식과 감정이 있으며,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는 '애니미즘 사상'을 발생시키게 되었다.

사피엔스는 사냥 기술을 가다듬어 대형동물들을 멸종시키기 시작했다.

호주에 도착한 사피엔스는 생소하고 위협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길을 내어 농경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2. 농업혁명

기원전 9,500년 ~ 3,500년 사이에 작물화되었던 식물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먹고 있다.

대부분의 식물이나 동물 종은 작물화나 가축화에 맞지 않다.

농업이나 목축업에 맞는 동식물은 특정 장소에만 살고 있었고, 그 장소들이 바로 농업혁명이 일어난 지역이다.

사실, 사피엔스가 작물들을 길들이기보다, 오히려 작물들이 사피엔스를 길들였다.

농업의 이행은 수많은 질병이 생겨나게 했고, 곡류를 중심으로 한 식단은 항상 영양분이 부족했다.

농사를 짓고 식량 공급이 증가하면서, 점차 인구도 늘게 되었다.

영양분이 부족한 식사를 하면서 전염병에 취약해지고, 창고를 노리는 적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서게 되었다.

농경사회가 발달하면서 가축화된 동물을 착취하는 '목축민 부족'의 형태가 새롭게 발생하였다.

가축들은 인간에게 잘 길들여지는 방향으로 점차 진화했으나, 개별 개체의 입장에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 셈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얻지 못했고, 잉여자원은 '엘리트 계층'을 낳게 되었다.

갑작스레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든 힘은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신화는 '신'이라는 존재를 만들며, 안정되고 번영된 사회를 창조해나갔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바로 이러한 상상의 질서가 어떻게 삶에 뿌리내리게 됐는지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DNA를 복사하여 후손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질서는 신화로부터 비롯된 가상의 것이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유지해야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대 수메르인들은 '쓰기'라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수메르인들은 점토판에 문자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보관과 유실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비슷한 시기에, 수학적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숫자'라는 문자체계가 인도에서 발명되었다.

숫자는 빈곤이나 행복과 같은 다양한 요소로 번역될 수 있고, 이진법을 쓰는 컴퓨터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모든 사회는 상상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카스트, 종교, 인종, 청결과 불결, 성별...

이 모든 것이 바로 상상의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연한 역사적 사건으로 말미암아 견고한 사회구조로 변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3. 인류의 통합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내적 모순을 지니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민속요리에 사용하는 재료가 그 나라의 원산지가 아닐 수도 있다.

'보편적 질서'라는 개념은 기원 후부터 점차 태동하게 된 개념이다.

도시와 왕국이 커지면서 낯선 사람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화폐'가 유통되었다.

돈은 거의 모든 것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게 하고, 부를 축적하게 한다.

돈은 사람들 간의 전형적인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다.

무역으로 연결된 지역은 수요와 공급의 힘에 따라, 다른 화폐들이 평준화되어 '단일 화폐 권역'이 되었다.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으로, 법, 문화, 종교, 관습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돈은 모르는 사람끼리 보편적인 신뢰를 쌓게 해주지만, 비인간적 시스템에 투자되는 경향이 있다.

제국은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면서, 멀리 떨어진 많은 수의 민족을 지배하고 있다.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악랄하게 살해하고 무자비하게 억압해야 한다.

제국이 제공한 이익과 번영으로 수많은 문화와 예술, 서적이 등장할 수 있었다.

제국은 수많은 작은 문화를 융합해서 몇 개의 큰 문화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종교는 법이 취약한 구조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가 부여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애니미즘은 인간을 수많은 존재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했으나, '다신교'는 신과 인간을 연결시켰다.

다신교는 폭넓은 종교적 관용을 지니기 때문에 이교도를 처형하거나 피정복민을 개종시키지 않는다.

일부의 신자가 자신이 믿는 신이 우주의 최고 권력이라고 믿기 시작하면서 '일신교'가 등장하게 되었다.

일신교는 모든 경쟁 상대를 폭력으로 말살시킴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강화시켰다.

즉, 일신교의 교리는 수많은 다른 종교에서 신앙과 관계를 흡수하여 형성된 것이다.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유사점이 많다.

초월적 질서를 강조하고, 규범을 만들며,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믿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은 내란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을 통합시키기 위해 결국 '단일 종교'를 선택하게 되었다.

4. 과학혁명

현대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고, 관찰과 수학을 중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힘과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과학, 산업, 군사 기술은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서로 얽히기 시작했다.

과학적 의제는 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이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현된 것이다.

1,500년 ~ 1,850년 사이에는 유럽이 아시아보다 여러모로 우위를 누리지 못하다가, 과학과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역전되었다.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무지를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 멀리 탐사를 나가게 되었다.

이메리카 신대륙의 발견 이후로, 제국주의자들은 무지를 본격적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정복한 대륙의 다양한 문화를 탐구하고, 고대의 언어를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제국의 과학은 피지배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했으나, 자신의 인종이 우월하다고 여기고 피지배인들을 지배하고자 했다.

은행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어도 계좌이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은행계좌 예금의 90%는 실제 화폐가 없음에도 이루어진다.)

이처럼, 모든 기업은 상상된 미래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있다.

신용은 미래의 자원이 현재의 자원보다 훨씬 풍부할 것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부의 총량이 한정되어 있다고 믿어와서, 자신이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이 가난해진다고 생각했다.

진보는 미래를 신뢰하게 만들었고,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경제를 성장시키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내 파이 조각이 커져야 다른 사람의 조각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파생한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교리를 넘어서, 윤리나 정의, 자유, 행복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기 자본주의는 자신의 탐욕이 모두의 이익이 될 것이라 가정했지만, 성장 그 자체가 선이 되어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 원자재를 활용하게 됨으로써,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물들은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가 아니라, 대량 생산되고, 산업수요에 따라 형성되는 일종의 기계로 간주되었다.

생산의 증가는 소비를 부추길 수 있도록 온갖 심리학적, 경제적 요소를 분석하여 '소비 지상주의 사회'로 전환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은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국가와 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만들었다.

개인은 해방되었으나, 인간미가 사라진 국가와 시장은 개인을 소외시키고 정서적 유대감을 잃게 하고 있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힘을 잃게 되면서 새로운 상상의 공동체가 발생했는데, 이를 '소비 공동체'라고 한다.

문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은 지구가 전례없이 평화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게 해주었다.

전쟁의 대가가 큰 것에 비해 이익은 작아졌으며, 대외교역과 투자가 중요해지는 정치 문화가 형성되었다.

경제 성장 및 물질적 풍요가 과연 원시시대보다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을까?

인류의 마음과 신체는 아직 수렵채집 시절에 머물고 있어서, 산업사회에서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과 밀접한 관련을 짓는 것은 아직 성급한 시도이다.

이를테면, 지금이 아주 짧은 황금시대이고, 앞으로 펼쳐진 미래는 거대한 파국일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생명, 유전 공학은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세포 단위나 식물, 곤충에만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윤리적 반대만 없다면 초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적 장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인류는 안경, 심장 박동기, 보청기 등으로 점차 생체 공학적 존재인 사이보그가 되어가고 있다.

뇌를 컴퓨터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면 인간의 기억, 의식,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컴퓨터 바이러스가 인간의 저장된 신경망을 삭제하는 것은 살인일까?

인공지능을 제거하는 것은 살인일까?

현대 인류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시대이지만, 생명공학이 발달하며 새로운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특정 DNA에 문제가 있다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정당할까?

취업을 위해 DNA 자료를 전송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점차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예고하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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