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307] 공진화 (共進化)

[걷고의 걷기 일기 0307] 공진화 (共進化)

날짜와 거리: 20211214 - 20211219 60km

코스: 서울 둘레길 아차산 용마산 코스 외

평균 속도: 3.2km/h

누적거리: 5,68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https://m.tranggle.com/istory/myviewer/story/post_id/335273/202110126568?tp=pcno

최근 이틀 정도 겨울 날씨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웠다. 언젠가부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봄에 눈이 내리는가 하면 겨울에 비가 오기도 한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봄과 가을은 실종된 느낌이 든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다시 출입을 봉쇄하고 3차 접종도 실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4차 접종 시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다. 정부에서는 풀었던 제한 조치를 다시 조이고 있다. 하루 6, 7천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위중증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자 백신을 맞고 예방 조치를 실시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 3차 접종을 했다. 목요일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하루라도 빨리 맞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또 제주살이 하는 딸네 가족이 내일 귀경하기에 날짜를 변경해서 맞고 왔다. 일단 마음이 개운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예방 접종과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밀집/밀접/밀폐 피하기 정도이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다. 예정되었던 연말 약속도 두 건이나 취소했다. 남은 약속도 아마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 약속이 많은 편도 아닌데 그나마 취소해야만 하고 좋은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을 위해 또 불특정 다수인들을 위해 모임을 취소하고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기상 변화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로 한 마을이 폐허가 되었고, 동아프리카는 메뚜기 떼 습격으로 농작물 피해가 막대하고, 브라질에서는 대홍수로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한다.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난으로 인재라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과 발전이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발전과 개발의 이면에는 늘 위험이 뒤따른다. 인간은 인간의 삶을 위해 발전과 개발을 하고 있고, 자연은 인간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우리 편이 되어주길 바라지만 이는 불가능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자연을 보호해야만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다. 우리는 가끔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어제 우연히 TV 프로그램인 ‘차이 나는 클래스’를 시청했다. 진화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강의다. 그는 우리의 삶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며 ‘회복’이 아닌 ‘복원’을 강조했다. ‘회복’은 예전의 삶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복원’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이미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다양한 비대면 모임과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증가하고, 학교 강의 방식도 변화하고, 식당 대신 배달이 급증하고, 마스크는 얼굴의 일부가 되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코로나에 맞춰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교수는 ‘공진화’를 치타와 영양의 관계를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영양이 빠르게 달리기 때문에 치타는 살기 위해 영양을 잡아야만 해서 달리는 속도를 늘려나갔다. 이 두 동물의 순간 시속은 100km 이상으로 살기 위해 달리고 있다. 영양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달리고, 치타는 먹고살기 위해 달린다. 이런 과정이 바로 ‘공진화’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완전하게 종식시킨 바이러스는 단 한 종류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바이러스와는 대처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거나 스스로 면역력을 만들어가며 공존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를 ‘박멸‘이나 ‘종식’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 3차 접종을 마치고 돌아오며 ‘공진화’는 우리네 삶 속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늙음, 질병,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외에도 삶 속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즐거움과 괴로움, 사랑과 미움, 성공과 역경 등을 경험한다. 이 둘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 즐거움이 없다면 괴로움도 없다. 태어남이 없다면 죽음도 역시 없다. 이 둘의 존재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삶 속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성장과 성숙을 반복해 나간다. 이 과정이 바로 진화이다.

‘스트레스 취약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특히 힘들게 반응하고 견디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이것을 갖고 있다. 다만 사람마다 취약성의 모습이 다를 뿐이다. 단점 지적하는 것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힘든 과제에 억눌려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과제를 성공리에 마치며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맞이하고 극복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온다. 스트레스와 우리 자신은 함께 공진화하고 있다. 삶의 고통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성장과 성숙을 도와주는 스승이기도 하다. 바이러스는 점점 더 진화해서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잘 대처하면 우리는 더욱 강해지며 자기 효능감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삶 속의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는 함께 공진화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져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삶의 활력을 되찾고 알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주어진 상황을 괴롭고 힘들다고만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이 또 다른 괴로움을 가중시킨다. 스트레스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원(源)이 있고, 그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태도로 인해 가중되는 스트레스가 있다. 초기 스트레스원에 대한 대응을 잘한다면 이차적인 스트레스를 피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자체보다도 대응 태도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코로나는 큰 위기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자신과 인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통은 고통 하나만을 갖고 찾아오지 않는다. 고통 이면에는 반드시 선물이 있다. 그 선물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오늘도 걷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TV를 시청하고, 아내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일상에 충실하며 차분한 연말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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